때로는 먹는 즐거움도 필요하다

 具膳飧飯 適口充腸

 갖출(구) 반찬(선) 밥(손) 밥(반) 마침(적) 입(구) 채울(충) 창자(장)

 반찬과 밥을 갖추니 입에 맞고 창자에 찬다.


 이번 문장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반찬과 밥을 준비해 먹었더니 입맛에 맞고 배가 부른다는 소리다. 의외로 배가 부른다는 말보다 창자에 찬다는 말을 많이 썼던 모양이다. 중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의 의견은 모르겠지만, 창자가 찬다는 것은 배가 부르다는 소리다.
 
 묵자는 음식은 배고픔을 잊으면 충분하다고 했다. 유가의 많은 학자들도 백성의 배부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구선을 맛난 반찬으로 해석하기도 하는 데,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밥과 반찬을 함께 한다는 쪽으로 해석해 봤다. 물론 다음과 같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 옛날에는 일 년의 날씨에 따라 수확량이 결정되었다. 현대의 과학적인 농법을 도입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일반 백성이 굶주리는 일은 허다하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일반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는 것으로도 큰 행복일 것인데, 작은 것에 만족한다는 해석이 맞는가?


 대략 이런 식의 반론이다.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다. 그럼에도 밥에 반찬이 있는 것을 검소한 식사로 해석한 이유는 옛날의 상황 때문이다. 고대에 글을 익힐 수 있는 것은 일반 백성이 아니었다. 학문을 익히는 것은 대체로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지배층이었다. 지배층은 일반 백성과 달리 굶주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천자문을 쓴 사람은 상당한 학문을 지녔다. 역시 사회적으로 지배층에 속하는 인물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물질을 필요로 한다. 그렇더라도 배부름에 만족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배부름을 구하지 않는 군자라도 가끔은 맛난 음식을 배 부르게 먹고 즐기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by 기천검 | 2009/08/04 00:37 | 천자문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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