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으로 논형을 쓴 왕충

 耽讀翫市 寓目囊箱

 즐길(탐) 읽을(독) 탐할(완) 저자(시) 붙일(우) 눈(목) 주머니(낭) 상자(상)

 책읽기를 탐하여 저자에서 읽었으니 읽고 나면 주머니나 상자에 두는 것 같았다.

 탐은 지나치게 빠져든다는 의미가 있으나, 여기서는 즐긴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완은 그것이 싫어질 만큼 익힌다는 의미가 있다. 우목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눈에 붙인다는 말이 되지만, 결국 읽는다는 뜻이다. 그것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모양을 낭상이라 표현했다. 

 여기서 거론한 독서의 습관은 동한의 불우한 사상가 왕충을 거론하는 것이다.


 왕충은 동한 시대의 불우한 사상가다. 그의 저서는 논형(論衡) 85편이 있다. 필자의 짧은 안목으로 이것이야말로 동양고전 최고의 역작중 하나이다. 논형을 읽어보면 왕충의 해박한 지식이 해일처럼 몰아치는 데, 모두 독서를 통해 얻은 것이다. 

 후한서의 왕충전을 보면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낙양의 서점에서 노닐며 한 번 보고서는 즉석에서 암기했다고 한다. 이번 문장에서 표현한 것도 왕충의 이러한 독서습관을 표현한 것이다.
 왕충은 가난함 속에서도 뛰어난 학문을 지녔다. 그럼에도 큰 벼슬을 하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그는 논형에서 스스로 이렇게 말을 했다.


 - 덕이 고상하지 못함을 근심하지 지위가 높지 못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이름이 깨끗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며 지위가 오르지 못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논형 자기(自紀)편


 왕충의 사상적인 발전의 과정은 결국 그의 독서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의 머리엔 수많은 성인의 가르침이 있었으며, 그로 말미암아 스스로 깨달아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책을 살 돈이 없어 서점에서 눈치를 보며 익힌 것이다. 

 오늘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원한다면 언제든 책을 구할 형편이 된다. 설령 그게 힘들더라도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독서량은 옛 선비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종일 배우고 익히고 싶으나 가진 것이 없었던 왕충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스스로 익혀 논형이란 역작을 만든 왕충의 경우처럼 우리도 독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왕충의 예와 같이 널리 책을 읽고 마음에 쌓자. 독서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는 마음의 양식이 아닌가?

 

by 기천검 | 2009/08/04 00:35 | 천자문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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