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법3장과 한비자

何遵約法 韓弊煩刑

어찌(하) 좇을(준) 언약(약) 법(법) 나라(한) 해칠(폐) 번거울(번) 형벌(벌)

하는 약법을 준수케 하였으나. 한비자는 번거로울 형벌로써 폐해를 만들었다.

어찌하는 사람의 이름이다. 약법은 한고조가 진을 멸했을 때 3가지 법만을 준수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그 세 가지는 살인과 상해와 도적질만을 벌한다는 것이다. 과연 한고조가 약속을 이행하자 나라가 잘 다스려 졌다 합니다. 나라 한자 역시 한비자를 나타낸다. 다른 이들은 대부분 성 뒤에 곧장 자(子)를 붙이는 데 한비자만 이름까지 보탰다. 이유는 이미 한자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한비자에 대한 비판은 사람마다 다르다. 개인적으로 악법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의 준수를 주장했다고 본다. 물론 법가사상의 거두로써 활동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서를 읽어보면 노자에서 상당부문 인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스런 도를 따르고 한번 정하여 진 것을 쉬이 바꾸지 않는 것처럼 법도 역시 그러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 속엔 비록 왕이라도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 인식 속에선 권력만 있다면 적당히 법을 어기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비자는 왕이라도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로써는 꽤나 논리적인 언변을 사용했다. 그 때문에 진시황은 그의 저서를 보고 꼭 만나보고 싶어 했다.

아쉽게 한비자는 뛰어난 필력에 비해 말이 어눌하고 느려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진시황도 그를 직접 보고 나서는 매우 실망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사상은 진의 가혹한 통치와 맞물려 여러 가지 악평이 뒤따르고 그의 업적을 과소평가 하는 결과를 낳았다. 진시황의 시대에는 많은 학자와 서적들이 불태워지고 그의 통치에 반대하는 무수한 인물들이 죽음으로써 중국의 학문적인 암흑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한비자는 번거롭고 가혹한 악법들의 창시자로써의 오명을 얻고 말았다.

한나라는 진시황과 달리 3가지의 법만을 지키도록 했다. 백성들도 그리 어렵지 않았으므로 순박한 본성을 따라 선하게 도리를 지켜 나라가 잘 다스려 졌다고 한다. 이 구절은 맹자에도 적혀있는 데, 맹자의 내용을 인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문장에서 강조하는 것이 원리원칙 보다는 덕으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백성들이 본성을 따라 나라가 잘 다스려 졌다는 것은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설명하기 편하다. 성선설에 관한 것은 뒤에 논할 기회가 있으니 그때 생각하자.) 이번 문장에서 하려 했던 말은 때로 법보다 따스한 정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 어지러우니 따스한 인정보다 강하고 공평무사한 법집행을 바라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by 기천검 | 2009/07/07 20:41 | 천자문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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