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나라의 모습

 俊乂密勿 多士寔寧

 준걸(준) 재주(예) 빽빽할(밀) 말(물) 많을(다) 선비(사) 이(식) 편안할(녕)

 재주 있는 이들이 많이 있었으며, 선비들이 많아 평안하였다.

 준이란 천명에 하나 있는 인재를 말하고 예는 백에 하나 있는 인재를 의미하는 글자라고 한다. 그래서 준은 뛰어날 준이라 하고, 예는 다스릴예 혹은 깎을 예로 보기도 한다. 빽빽할 밀은 달리 고요할 밀이나 은밀하다는 뜻의 몰래 밀로도 사용한다. 여기서 말물은 금지를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의 글자인데, 사실 바쁠 물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 그러니, 앞의 글은 재주 있는 이들이 많고 바쁘게 일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선비란 진정한 의미의 선비라는 의미 같다. 군자의 가르침을 얻어 마침내 성인군자가 되는 것은 좋지만, 군자의 경지까지 이르기란 매우 어렵다. 다만 군자의 도리를 지키며 성인군자의 경지에 이르고자 실천하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들을 선비라고 말한다. 

 항상 바른 도리를 생각하고 마음의 더럽고 거짓이 없도록 노력하는 선비들이 있음으로 나라가 더욱 부강하게 된다. (이제까지 언급한 수많은 재상들이 모두 그런 선비들이었다.)

 이식은 여기서 시(是)의 뜻이 아니라 진실로의 의미로 해석하자. 널리 알려진 글 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생각하여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 문장은 이제까지 소개한 인물들처럼 휼륭한 정치가들이 많아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소리다. 다르게 보면 나라의 많은 준예들 모두가 참된 선비들이었기에 나라도 평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참된 선비란 항상 군자의 도리를 알고자 노력하고 가르침을 펼치는 사람이다. 마음을 낮춤으로 다른 이들을 공경하며, 백성을 근본으로 하여 나라의 모든 정책을 살폈다. 자연 백성의 마음은 나라로 돌아온다. 진실로 백성을 사랑함으로 백성도 나라를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유가에서의 이상적인 사회상이다. 아무리 많은 재화와 병기가 있고 뛰어난 인재가 많아도 위정자가 사리사욕을 일삼으면 백성의 마음이 나라를 떠나기 마련이다. 백성의 신뢰를 잃은 나라는 오래 갈 수 없다. 역사적으로 그런 나라들은 오래지 않아 패망의 길을 걷고는 했다.

백성들이 나라를 믿지 않음으로 모든 불법도 가능하게 된다.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그것을 잘못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라를 잘 다스리고 평온케 하기 위해선 백성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모든 위정자들의 몫이며 당연한 도리다. 그저 그런 나라가 만들어지기를 바랄 따름이다. 

by 기천검 | 2009/06/30 15:18 | 천자문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白月淚那 at 2009/06/30 16:39
백성들이 나라를 믿지 않음으로써 불법이 생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라가 믿음을 주지 않아서 불법이 생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Commented by 기천검 at 2009/06/30 17:58
공자가 나라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3가지를 손꼽았는 데,
그것은 군비와 (백성을 먹일) 식량과 백성의 믿음이었죠.
부득이하게 하나를 버린다면 제일 먼저 군비를 버리고,
또 부득이하게 다시 하나를 버린다면 식량이라 했습니다.
백성을 먹이지 못하면 죽을 수 있지 않느냐며 반박하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죠.
- 사람이 나서 죽는 것은 정해진 것이나, 백성의 믿음을 잃은 나라는 결코 다시 서지 못합니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공맹의 이치조차 좌빨로 몰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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