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8일
상벌을 뚜렷이 하라
戶封八縣 家給千兵
집(호) 봉할(봉) 여덟(팔) 고을(현) 집(가) 줄(급) 일천(천) 군사(병)
(공신에겐) 팔현을 다스리게 하였으며, 가문에 일천의 병사를 주었다.
이 부분은 전에 배운 구절을 염두에 두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집분전 역취군영(旣集墳典 亦聚群英)으로 시작하여 초서와 예서를 배우고, 칠서(漆書)와 벽경(壁經)을 익힌 인재들이 장상(將相)의 재목이 되어 있다. 그 인재들은 마땅히 나라를 위한 일을 하여 공을 세우고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
팔이란 자신을 중심으로 주위의 모든 방위 즉 팔황(八荒)을 말하는 것이다. 팔황이란 동서남북(東西南北)과 더불어 동북, 동남, 서북, 서남을 포함한 여덟 방위다. 여기서 집호에 팔현을 봉했다는 말은 공신에게 집 주변의 토지를 주었다는 의미로 파악이 된다. 그러니 억지스럽게 팔현이란 말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 九가 완전함을 의미한다던가 하는 식의 표현일 따름이지 행정 구역상의 의미는 억지스러운 감이 있다.
참고로 알아두면 쉬운 것의 하나가 집호(戶)의 표현이다. 보통은 건축물의 의미로써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문이라는 글자로도 사용을 하는 데, 여기서 문으로 사용할 적엔 문(門) 보다는 좀 작은 개념의 문이다. 門이 큰 정문 정도를 의미한다면 戶는 작은 싸리문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여기서 건축물로써의 집을 중심으로 팔현을 주었다는 것은 역시 부동산의 의미지 행정 구역상의 의미는 아니다. 물론 개인적인 해석일 뿐이다.
가(家)는 혈족으로써의 집이다. 위의 호가 건축물로써의 의미라면 뒤의 것은 가문이다. 올바른 해석을 하자면 (공신에게는)토지를 주어 조세를 거두게 하고 (공신의 가문에서)병사 일천을 키울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다. 보통 반란의 시작은 군사력을 장악한 장수로부터 시작이 된다. 만일 여기서 공신의 가문이 되어 사병을 키울 수 있다면 자연스레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병을 허락한다는 것은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역사나 풍속은 의미를 뒤집었을 때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비록 이로 말미암아 그릇된 해석이 나올 지라도 시도의 가치는 높다.)
그렇다면 본문의 내용이 공신에겐 부와 권력이 세습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실린 것일까? 물론 아니다. 공을 세운 자에게 보상이 돌아간다는 의미로 실린 것이다. 한비자는 상벌을 엄히 하면 상을 얻고자 서로 공을 세우려 하고, 벌이 두려워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상벌이 엄격하지 않으면 잘해도 상을 얻지 못하고, 못한다고 벌 받을 일이 없으므로 자신의 안위와 이익만을 살핀다는 주장을 했다. 비록 한비자가 가혹한 법치주의를 주장하였다 하여 후세의 유학자들이 비판했지만, 귀천에 관계없이 법을 적용시킨다는 점에선 배울 점이 많다.
공을 세운 자에게 마땅한 상이 주어지고 일을 그르친 자에게 벌이 주어진다면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선을 다 하고도 잘못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일이 그르칠 가능성이 최소한으로 줄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동방의 어느 나라에서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에 탁상행정의 모습만 보이는 것도 상벌이 뚜렷하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라고.
# by | 2009/06/18 16:22 | 천자문 이야기 | 트랙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