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8일
화려한 궁전의 생활
丙舍傍啓 甲帳對楹
남녁(병) 집(사) 곁(방) 열(계) 갑옷(갑) 휘장(장) 마주할(대) 기둥(영)
남쪽 방을 열어두었으며, 갑장에 기둥을 마주하였다.
궁전에선 남쪽에 관리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해 신하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지금 식으로 따지면 일종의 휴게실 정도로 생각이 되는 데, 직접 중국에서 황궁을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갑장은 황제의 모습을 가린 휘장이라고 한다. 아마도 옛 황제들은 어지간히 과시욕이 많았던 모양이다. 휘장 앞에는 휘황찬란한 보석들이 많이 진설되어 있었다고 전해지는 걸 보면.
병과 갑은 많이 봤던 글자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십수(十首)라 하여 갑을병정의 순서로 진행되어 지는 글자다. 흔히 육십갑자라 하여 12간지와 더불어 생각을 하는 데 그 중에 십수를 설명하자. 병이란 글자는 남쪽이란 의미와 밝다는 의미도 있으며, 화(火)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세히 공부하고 싶다면 회남자의 천문훈이 도움이 될 것이지만, 그저 상식 정도로 지나쳐도 나쁘지 않다.
십수의 순서를 둘씩 묶어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순서로 오행과 짝을 이룬다. 갑을을 예로 들면, 갑은 대목(大木)의 기운으로 을(乙)은 소목(小木)의 기운으로 분류한다. 순서는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방위로는 나무가 동을 향하며, 불이 남쪽, 흙이 중앙을, 쇠가 서쪽을, 물이 북쪽이다. 방위의 구분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친 다섯 방위에 더하여 동북, 동남, 서북, 서남을 합쳐 구위라고 한다. 방위와 합하여 하늘의 명칭도 정하여 두었다. 하늘의 방위에 따라 구중천(九重天)이라고도 한다. 그러니 구중천이란 하늘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무협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중천이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우리가 재미로 읽는 무협에 동양철학적 세계관과 사상이 많이 개입되어 있다. 아마도 동양철학을 알고 읽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십수에 관한 것을 알았으니 다시 궁전의 생활을 알아보자.
남녁에 방을 만드는 것은 신하에 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극에서도 관료들이 입궐하여 조정에 모이지 않고 회의하는 장면들이 많다. 대기실에 모여 정책을 조율하고, 마지막에 최후의 통치권자이자 결정권을 지닌 왕이나 황제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한다.
마지막 정책이 정해지는 장소는 갑장에 많은 보석을 쌓아두고 기둥을 마주하고 있었다.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 보이는 불필요한 화려함이 눈에 거슬리지만, 화려한 중국 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라 할 수 있다.
# by | 2009/06/08 12:27 | 천자문 이야기 | 트랙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