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7일
가을의 전설 - 춘천마라톤 참가후기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마라톤 축제가 셋이 있다.
일명 조중동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조선일보의 춘천마라톤, 중앙일보의 중앙마라톤, 동아일보의 서울국제마라톤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중동이 인정 받을 몇 안 되는 것의 하나가 세계적인 규모의 마라톤 대회 개최가 아닌가 한다. 나는 그 중 춘천마라톤에 참가를 했다.
춘천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본격적인 카보로딩에 들어갔다.
카보로딩을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고구마를 쪄 두었다.
마침 좋은 고구마가 많이 들어와 있었고 단 맛도 강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마라톤을 앞두고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두가지 질병이 바로 감기와 변비다.
고구마는 섬유질이 많은 자연적인 쾌변식품이기도 해서 마라톤 대비 식품으로 꽤 좋은 음식이었다.
마침내 대회 당일!
아침 5:50분 경에 깨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대량응가를 하고 샤워를 했다.
사진 촬영을 의식하여 오랜만에 면도까지 깔끔하게 하고 칼로리 높기로 유명한 카레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하고 나니 약간 속이 거북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시 화장실을 가기엔 불과 얼마전에 대량응가를 했기에 일단은 그냥 집 밖으로 나섰다.
46번 국도에 위치한 마석육교에는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고,
그 곳에서는 수시로 춘천행 버스가 오간다.
예전엔 버스비가 5,200원이었는 데 어느 새 5,700 원으로 올랐다.
일단 버스 타고 미리 준비한 게토레이를 홀짝거리며 출발!
춘천에 도착해서 대회장 주변을 기웃기웃...
바람은 왜 그리 부는 지 추위에 부들부들 거리면서도 탈의실 찾아 옷 갈아입고 물품맡기고 스트레칭!
가벼운 워밍업 하고 몸 풀다가 배도 꺼지고 대략 시간도 다 된다 싶을 때 파워젤 먹고 남은 음료수 꿀꺽.
마침내 엘리트 선수로 시작하여 각 선수들이 출발했다.
내가 속한 I 조는 약 20분 가까이 걸려서 달려나갔는 데, 솔직히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빠른 출발이었다.
초반 3km 까지는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갔다가 시간을 확인하니 대략 6분 페이스.
결국 나 혼자 시간 확인해가며 달리기 시작한다.
간혹 너무 빠르다 싶으면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또 너무 늦으면 다시 높이기도 하고...
달리는 내내 방귀가 나온다는 것이 에로사항이었지만 그럭저럭 순조롭게 달려갔다.
이 대회가 마음에 드는 점이 매 5km 마다 중간계측을 해 주고 하프지점에서 또 중간계측을 해 줬다는 거다.
나중에 기록증 오면 자세하고 면밀하게 관찰하여 대회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
역시 메이저급 대회라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10시 20분경부터 달리기 시작했지만 별로 덥지는 않았다.
기온 자체가 높지 않았던 데다 의암호에서 부는 바람이 상당히 매서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25km 즈음에서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모자를 날려버리기까지 했다.
공짜로 얻은 모자가 아니었다면 정말 피눈물 났겠지만, 다시 뒤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대회 코스는 전반적으로 오르막길이 많았다.
다른 달림이들이 오르막길을 발견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아아, 오르막길.'
나도 탄성을 내지른다.
'아싸! 오르막길.'
나와 비슷하게 달리던 사람들이 오르막길에서는 나보다 뒤쳐진다.
그동안 남산훈련을 열심히 한 결과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럭저럭 페이스 잃지 않고 그렇게 30km까지 달렸다.
그러나 대략 32km 지점 정도를 지나면서부터 발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경련도 좀 느껴졌고... 등등등...
이 즈음에서 억울하지면 냉정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포기하면 편해지는 법이다.
나는 그 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토록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강변과 강변을 걸쳐놓은 다리 위의 풍경을 보면서도 시 한편 떠오르지 않는 게 억울할 지경이었다.
하늘은 맑았고 가을 바람은 신선했다.
뭔가 목적을 가지고 힘겹게 달리는 이들도 아름다웠지만,
목이 쉬도록 달림이들을 응원하던 소녀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마침내 결승점에 도착!
기록은 지난번보다 오히려 1분 16초 더 느려진 4:46:32초.
오르막길이 많아서 그런지 전에 뛰었던 풀코스보다 더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워낙 달리기 좋은 날씨라 오르막길과 강풍은 핑계가 되지 못할 것 같다.
다만 아직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이번 동계훈련을 철저히 해서 내년 동아마라톤을 노려보자고 결심해본다.
# by | 2008/10/27 21:58 | 마라톤 도전기 | 트랙백 | 덧글(10)










새삼 달리는 분들이 멋져보였었죠(..)
사람 진짜 많더군요.. 홍홍~
참가자분들 모두 완주하고 말겠다는 열의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수고많으셨고 동아마라톤에서는 더 좋은 기록내시길^^
유하님의 아버지도 내년 동마에 참가하시겠죠? 즐런 기원한다고 전해주세요. ^^
전 마라톤 5km 10km 밖에 출전을 못해봐서요..
5km 10km 도 저에겐 상당히 벅찬데 풀코스를 완주하시다니..
저도 언젠가 풀코스를!!!!!!!!!!
(요 몇일전에 체력장에서 오래걷기/달리기 부분에서 전교에서 1등했어요! 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