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과 중식집 메뉴판


방배동 작업실의 내 책상에는 몇 권의 책들이 꽂혀있다.

그 중엔 큼직하게 마라톤 이란 제목이 씌여 있고 부제로 5km에서 42.195km까지 라 씌인 책 한 권이 포함되었다.
이 책은 직접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고른 책으로 정가 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구성은 먼저 저자의 머릿말과 역자의 서문으로 간단하게 책이 어떤 목적으로 씌였는 지 설명한다. 
이후 달리를 통해 뚱뚱하고 허약한 사람이 날씬하면서도 강인한 체력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묘사했다.
또한 건강을 위해 가벼운 조깅을 시작하려는 사람부터 첫 풀코스를 준비하는 초보 마라토너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수준급 러너를 위한 각종 지구력과 스피드를 올릴 수 있는 훈련법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저자 스스로가 상당한 수준의 마라토너였으며,
훈련의 각종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들어 좀 더 설득력있게 구성하고 있다.
또한 계절별 훈련법 및 대회에서의 주의사항과 부상에 대처하는 요령 등을 실었다. 

이처럼 흥미롭고 유익한 책을 두고 방배동 식구들은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마라톤에 관한 책이군.' 이라는 반응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방배동 작업실의 다른 작가들이
내가 그토록 흥미롭게 읽은 마라톤에 관한 책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내용이라는 것은 모두 인정하겠지만 그렇다고 읽고 싶은 생각을 가지는 것 같진 않다. 
 
그러나 만일 이 책을 내가 활동하는 마라톤 동호회에 가져간다면 다들 적어도 한번쯤은 들춰볼 것이다. 
당연하다. 그들은 마라톤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들 중엔 자신이 정말 글을 잘 썼는 데,
이상하게 잘 팔리지 않는다며 넋두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간혹 그렇게 한탄하는 작가 중엔 
상당한 자료와 해박한 지식은 물론 나로써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필력을 뽐내며 글을 쓰는 이들이 있다.
작가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글을 쓰며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흥미로운 부분이 독자들에게도 적용되냐는 것이다.

내게는 마라톤이라는 책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러나 같은 작업실의 작가들에겐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작업실 한 구석에 놓인 중식집 메뉴판이 더 자주 읽힐 지경이다.
설마 마라톤에 관한 책이 메뉴판보다 문장이나 구성이 떨어지고 소재가 빈약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마라톤 훈련법보다 짜장면 한 그릇에 더 관심을 가져서일까?

다소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겠지만 바보가 아닌 한 내가 원하는 답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연재를 하며 어쩐지 독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독자가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둘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다.
작가 스스로 글을 쓰고 창작하는 자체에 의미를 가지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 그런 글쓰기가 부럽기도 하거니와 박수 치며 응원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독자에게 흥미와 관심을 일으킬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보다 유익한 마라톤 훈련법보다 점심 메뉴를 더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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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검 | 2008/08/09 01:24 | 창작일기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거리형아 at 2008/08/14 00:33
뭐... 저는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아트메이지 3권까지 재미있게 봤어요... 4권 기대합니다.
Commented by 기천검 at 2008/08/14 01:13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4권부터 본격적인 문화전쟁이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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