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들이 마음에 들어 참가했습니다.
대놓고 기업홍보하는 데 참여한 꼴이 됐지만 그럭저럭 만족.


누구나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인간이다.
나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십년 가까운 전업작가 생활을 청산하고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십년만에 월급을 받기로 한 직업이 정신병동 보호사다.
면접을 통해 듣게 된 정신병동의 업무 내용도 그리 만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환각으로 인해 난동을 부리며 타인에 대한 상해 및 자해하는 환우를 제압하고
상황에 따라 환우의 폭력으로부터 간호사를 보호해 줘야 한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랴?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겠고 글만으로는 생계형 대출만 늘여가고 있으니.
출판사에 금전적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으나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나중에는 전화조차 받아주지 않으니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
- 이 부분은 언젠가 말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겠지.
각설하고 결국 정신병동에서 일하게 되었다.
인원이 부족한 곳은 여자병동이라고 한다.
알았다며 여자병동으로 첫 출근을 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신병동의 이미지를 애써 지우며 선임자의 안내를 받아 병동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우르르 몰려오는 여자환우들.
"새로 오신 보호사님이세요?"
"어머나, 키도 크고 잘 생기셨네."
"어디 살아요?"
"결혼은 하셨나?"
뭐, 뭐지?
그냥 수다장이 동네 아줌마들에게 둘러쌓인 느낌이다.
"몸도 좋은 것 같은데."
"팔뚝 한 번 만져봐도 되요?"
"나도 손 한번만 잡아봅시다."
그러더니 이 아줌마들 내 몸 한 번씩 만져본다.
마치 아이돌 스타가 극성팬들에 둘러쌓인 느낌이랄까?
처음 상상했던 정신병동 분위기와 달랐지만 또 다른 의미로 곤혹스러운 첫날.
나의 정신병동 이야기는 어설픈 아이돌 스타 역할로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장르계에 실력있는 작가들이 많다.
무협;판타지를 쓴다는 이유로 들이대는 편견의 잣대를 제하면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그 실력자들이 하나 둘 장르판을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각해 보시라.
필력 인정받으며 인기작가로 군림하던 이들중 여전히 활동중인 작가가 얼마나 되는지.
예전에 출간한 글 중에 뇌신전설이라는 것이 있다.
뇌신 인드라가 현대에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다는 설정으로 쓴 일종의 현대물이라 보면 된다.
요즘은 현대물이 대세라지만 2004년 당시에는 지나치게 생소했던 모양이다.
판매부진으로 어쩔 수 없이 조기종결을 당하고 말았던 비운의 작품이다.
당시 판매부진으로 조기종결을 당했던 뇌신전설은 얼마나 팔렸을까?
출판사에 직접 확인한 바로 권당 오천부를 간신히 넘긴 정도였다.
당시의 오천부는 판매부진으로 조기종결을 당하는 부수였다.
그렇다면 지금 시장과 비교하면 어떨까?
듣기로 대략 이천부 정도면 대박이고, 삼천부면 초대박이란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조기종결이다.
아무리 마음 좋은 출판사라도 2~3천부 팔아서는 두자리 권수까지 내주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2~3천부만 팔아도 출판사에서 2자리 권수까지 내준다.
하물며 오천부 정도라면 거만한 자세로 출판사에 큰소리 치는 작가가 된다.
아니, 권당 오천부 아니라 1~2권 합쳐서 오천부만 되어도 큰소리 친다.
생각해보자.
왕년에 쓰기만 하면 기본 만부는 깔고 들어가던 작가들이
이제 날고 기어봤자 삼천부가 한계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무리 시장이 변했다 하더라도 작가 본인에게는 굴욕이다.
만부 넘기던 작가가 삼천부씩 팔리는 작품에 기가 죽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오천부 팔아서는 판매부진으로 조기종결 당하는 시장과
초대박 작품이 삼천부인 시장에서 어느 쪽의 인세수입이 더 높을까?
굳이 그런 부분까지 일일이 비교해서 설명해야 알아듣는 바보는 없겠지.
요즘 삼천부나 팔리는 대박작가님께서 아무리 목에 힘을 줘도
왕년에 판매부진으로 조기종결된 오천부보다 인세가 적지 않겠나?
시장이 넓고 크면 매니악한 작품도 얼마든지 시도할 여지가 있다.
최소한의 판매부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협소하면 결국은 확실하고 안전한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출판시장이 협소할수록 나오는 글이 비슷비슷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작게나마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작가들이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장르판이 이렇게 됐는 지 모르겠다.
뭐, 언젠가 좋은 날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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